존경하는 회원 여러분께

1. 의료급여 예산이 크게 삭감되었습니다.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바와 같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예결위)는 지난 1일 2013년도 예산을 심사하면서 올해 의료급여 미지급금에 대한 정부측 요청예산 4,919억원을 2,824억원 삭감하여 결국 국회에서 2,695억원만 의결되었습니다.

회원님들께서 잘 아시는 바대로 기초생활수급자를 포함한 저소득층과 국가 유공자 등 156만명의 진료비를 지원하는 의료 급여 예산을 정부가 해마다 부족하게 편성해옴에 따라 매해 의료급여에 대한 미지급 사태가 발생해왔으며 지난 해의 경우 현재 6,138억원의 미지급금이 누적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의료급여의 미지급금이 많은 의료기관의 경영을 압박하는 상황에 이르자 정부가 뒤늦게 이를 해소하기 위한 예산을 올해 예산안에 반영했으나, 국회의 예결위는 심의과정에서 0~5세 전면 무상 보육, ''쪽지 예산'' 등 지역구 SOC 예산을 늘리느라 의료 급여 예산의 절반 정도를 삭감해버린 것입니다. (의료급여에 대한 재정은 서울특별시의 경우 국가와 지자체가 50:50, 광역시도의 경우 국가와 지자체가 80:20의 비율로 분담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의료급여 예산에 대한 부당한 삭감은 일차적으로 예결위 국회의원들이 무상 복지, 지역구 예산을 늘리기 위해 빈곤층 의료 지원을 뒷전으로 미룬 것입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소속 국회의원이던 지난 2008년 예산부족으로 의료급여의 미지급금이 누적되어 의료급여환자의 진료에 차질이 발생하는 상황에 대해 크게 질타를 한 바 있습니다. 그런데도 같은 일이 반복된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정부와 함께 노력하여 조속한 시일에 의료급여의 미지급금을 해소할 수 있는 예산이 반드시 추가경정예산에 편성되도록 하겠습니다.

2. 의사의 정당한 권리를 생각합시다.

이런 생각 해보셨습니까? 첫째, 지금 의료기관에서는 환자를 진료한 후 총 진료비 중 본인부담금만 받고 나머지 금액을 건강보험공단에 청구하여 후불제로 받고 있습니다. 이것은 ''국민의 편의''를 위해 의사가 대신 불편을 감수하고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건강보험공단은 정당한 청구액조차 각종 불합리한 이유로 삭감을 하며 제대로 지급하지 않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진료를 받는 환자가 진료비 전액을 지불하고 건강보험공단 성격의 사회보장당국으로부터 본인부담금을 뺀 나머지 금액을 환불을 받습니다. 즉, 의사가 국민의 불편을 대신 감수하지 않습니다.

둘째, 의료기관이 건강보험공단에 청구를 할 때에는 디지털화 된 데이터형태로 청구를 합니다. 이것은 ''지급심사를 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편의와 지급을 하는 건강보험공단의 편의''를 위한 것입니다. 그들은 디지털화 된 즉 전자문서화된 청구 데이터를 이용하여 전산심사를 하고 각종 지표들을 생성하여 진료를 통제합니다.

이렇게 우리 의사들은 국민과, 심평원과, 건보공단의 편의를 위해 각종 불편을 감수해왔습니다. 그러나 그 동안 정부는 이러한 의사들의 노력과 희생에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삭감, 전산심사, 지연지급 등의 불이익을 돌려주기만 하였습니다.

저소득층과 국가유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급여의 경우 6천억원이 넘는 막대한 금액을 지불하지 않으면서도 여전히 의료급여환자에 대한 진료를 계속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의사들이 국민과 정부의 편의를 위해서 불편을 감수하고 더 많은 수고를 한다면 그에 따른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제는 의사들의 정당한 권리에 대해 생각해볼 때입니다.

3. 토요휴무가산제

지난 2003년 시범사업에 이어 2004년 7월부터 모든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그리고 대기업들이 주5일 근무를 시작함에 따라 토요일이 공휴일이 되었습니다. 대다수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및 거의 모든 기업들이 주5일 근무를 함에 따라 많은 국민들이 근무가 없는 토요일 진료를 원하게 되었고, 오히려 의료기관들은 이러한 국민의 요구에 따라 토요일에 더 많은 진료를 감당하게 되었습니다. 이것은 곧 보건의료인들의 삶의 질 저하를 의미하고 그렇다면 마땅히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의료기관들은 2013년 현재에도 여전히 토요일 오후 1시 이후에 가산제가 적용되고 있습니다. 법적으로는 주40시간 근무를 기준하고 있는데 아무런 근거가 없이 토요일 오후 1시 이후에 가산제가 적용되고 있는 것입니다. 토요일이 휴무일이 된 지금, 휴무일에 대한 가산제 적용은 전일로 전환되어야 할 것입니다.

최근 간호조무사협회를 시작으로 주5일제 쟁취운동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지출은 많아지고 노력에 상응하는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지 않는다면 모든 의료기관들도 주5일 근무로 형태가 바뀌게 되거나 폐업하는 1차 의료기관들은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국민의 지속적인 토요 진료를 위해서도 우리협회는 토요일에 대하여 전일 가산제를 적용할 것을 정부측에 요청하고 있으며 가입자들의 설득을 위해서도 노력 중에 있습니다.

4. 선도적 역할을 하는 의협으로 거듭나겠습니다.

보건의료정책의 입안과정에서 중심에 서서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하는 우리협회가 그 동안 마땅히 했어야 하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했습니다. 오랫동안 수세적 입장에서 이끌려가는 모습을 보여왔던 우리협회가 이제는 전문가단체의 전문성을 살려 바람직한 의료제도의 방향을 제시하고 선도적 역할을 해내는 협회로 탈바꿈하고자 합니다. 정부도 개입을 최소화하고, 전문가 단체의 자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존중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선회할 계획을 가지고 있으며 최근 이를 수 차례 공언한 바 있습니다. 부당한 실사관행도 개선될 것입니다. 아직 여러 가지 제도적 여건의 한계가 있고 우리 스스로의 능력이 부족함을 실감하고 있으나, 하나씩 변모되는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연초부터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사과 드리며 전진하고 도약하는 내일을 약속 드립니다.

2013. 1. 7.
대한의사협회장 노환규 배상